저런 이야기

10년 뒤에도 나 보겠네

번동부동 2025. 2. 24.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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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뒤에도 나 보겠네

 

 


 


 

1장. 고등학교 시절

"사과 우유 하나랑… 딸기 우유 하나 주세요."

고등학교 2학년, 늦여름 저녁. 학교 앞 편의점에서 한 남학생과 여학생이 나란히 들어섰다. 땀에 젖은 머리칼을 손으로 쓸어 넘기며, 여학생이 먼저 카운터에 우유 두 개를 올려놓았다. 남학생이 지갑을 꺼내려 하자, 여학생이 먼저 계산대에 동전을 올렸다.

"봉투 필요하세요?" 편의점 직원이 물었다.

여학생이 망설이는 사이, 남학생이 먼저 대답했다.

"필요해요." 그리고는 봉투값을 결제한 뒤, 무심한 듯 덧붙였다. "10년 뒤에 2억으로 갚아라."

여학생은 우유를 받아들며 피식 웃었다. "10년 뒤에도 나 보겠네?"

남학생의 귀끝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그는 괜히 헛기침을 하더니, 휙 돌아서며 말했다.

"지, 지랄하지 마라."

그렇게 둘의 일상은 계속될 줄 알았다. 그러나 졸업 후, 각자의 길을 걸으며 연락은 점점 뜸해졌다.

 

2장. 10년 후, 다시 만난 인연

"고객님, 여기 주문하신 아메리카노 나왔습니다."

서울의 한 카페. 한 남자가 노트북을 보며 커피를 받아들었다. 10년 전 그 남학생, 이제는 어엿한 직장인이 된 강준이었다. 바쁜 하루를 보내던 중,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과 주스 하나랑… 딸기 우유 있나요?"

강준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카운터 앞에서 음료를 주문하는 여성을 보자, 숨이 멎을 것 같았다. 10년 전, 편의점에서 장난스레 웃던 바로 그 아이, 지수였다.

여전히 맑은 눈, 익숙한 표정. 그러나 조금 더 성숙해진 얼굴.

지수 역시 직원에게 딸기 우유가 없다는 말을 듣고 돌아서는 순간, 강준과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10년 뒤에도 진짜 봤네?"

강준은 순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10년 전 기억이 떠올랐다.

2억… 갚을 시간이 왔다.

 
 

3장. 다시 가까워지는 두 사람

지수는 출판사에서 일하는 편집자였고, 강준은 스타트업 개발자였다. 두 사람은 우연한 재회를 계기로 자주 만나게 되었다. 처음엔 어색했지만, 금세 예전처럼 편하게 장난을 주고받았다.

"근데, 너 그때 2억 준다더니?" 지수가 커피를 마시며 말했다.

강준은 태연한 척 하며 웃었다. "계산해 보니까, 10년 동안 이자까지 붙여서… 한 끼 밥으로 퉁 치는 게 적절하더라."

"야! 그게 어디서 그런 계산이야?"

"그럼 내가 너한테 줄 건 딱 하나밖에 없네."

"뭔데?"

강준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내 시간. 앞으로 10년, 아니 그 이상도 같이 있을 시간."

지수의 얼굴이 살짝 달아올랐다. 그리고 그녀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그럼 그걸로 2억 받는 걸로 하지, 계약 성사?"

강준은 피식 웃으며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렇게, 다시 시작된 인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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