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장에서 처음 만난 그날, 나는 벤치 프레스에 누워 있는 오빠를 보고 "운동 좀 해본 사람인가?" 싶었다. 어깨가 넓고 등이 두꺼운 게, 하체가 조금 부실해 보이긴 했지만 그래도 초보는 아닌 것 같았다. 그런데 자세를 보니 완전한 초보였다.
"오빠, 벤치 프레스 그렇게 하면 어깨 나가요."
내가 다가가서 자세를 고쳐주자, 오빠는 살짝 당황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아, 예. 고맙심더." 사투리가 찰지게 나오던 그 순간, 나도 모르게 빵 터졌다. "뭐가 그리 웃기노?"라는 얼굴로 나를 쳐다보는 모습이 어쩐지 귀여웠다.
그렇게 오빠와 친해지면서 자연스럽게 헬스장 친구가 되었다. 오빠는 경상도 남자 특유의 무뚝뚝함을 가지고 있었지만, 가끔 던지는 농담이 의외로 재미있었다. 어느 날, 내가 농담처럼 던졌다.
"오빠는 내 가슴이 작아도 괜찮아?"
오빠는 잠시 생각하더니, 아주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내 대구 출신이다이가."
"응, 그렇지."
"납작만두 좋아한다."
그 말에 나는 기절할 뻔했다. 아니, 이런 돌직구 같은 답변이 어디 있나. 하지만 오빠의 얼굴에는 장난기보다는 진심이 묻어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내 마음이 조금 흔들렸다.
그날 이후로 우리는 더 자주 만났다. 헬스장에서 운동하는 시간이 점점 길어졌고, 함께 밥을 먹으러 가는 일도 많아졌다. 오빠는 원래도 말이 적은 사람이었지만, 나와 있을 때는 조금씩 입을 열기 시작했다.
"오빠, 운동 끝나고 뭐 먹을래?"
"고기."
"또 고기?"
"단백질 챙겨야 된다." 헬린이면서도 단백질에 진심인 모습이 웃겼다. 나는 그런 오빠가 점점 더 마음에 들었다.
그렇게 사귀게 되고, 우리는 서로의 운동 파트너이자 인생의 파트너가 되었다. 오빠는 나를 따라 열심히 운동했고, 나는 오빠 덕분에 조금은 부드러운 사람이 되었다. 그렇게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결혼까지 하게 되었다.
결혼식 날, 오빠가 내 손을 잡고 속삭였다.
"이제 헬스장도 평생 같이 다니는 거 아이가?"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당연하지. 우리 결혼식 끝나고 바로 PT 받으러 갈까?"
오빠는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아, 그건 좀…"
이렇게 운동으로 시작된 우리의 사랑은 납작만두처럼 얇지만 단단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단단할 거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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