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에 반한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그녀가 그를 처음 본 순간, 첫눈에 반했다기보다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 허름한 한시집, 오래된 나무 탁자 위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칼국수. 그 앞에서 서투르게 앞접시에 국수를 덜어주는 남자의 손이 사시나무처럼 떨리고 있었다. "추워요?" 그녀가 물었다. 날이 쌀쌀하긴 했지만 가게 안은 따뜻했다. 남자는 서둘러 고개를 저었다. "아, 아니요. 그냥 좀..."그 말끝을 흐리며 국물을 후후 불어 마셨다. 속으로 웃음이 났다. 보기보다 순수한 사람이구나. 그녀는 그 모습이 이상하게 마음에 들었다. 어쩐지 보호해 주고 싶은 기분도 들었고, 조심스럽게 덜어주는 손길에서 다정함이 묻어나는 듯했다.
그날 이후 두 사람은 자주 만났다. 그는 언제나 다정했고, 그녀를 먼저 생각했다. 계절이 지나고, 시간이 쌓여 갔다. 그리고 결국, 그는 그녀에게 청혼했다. "나랑 같이 살아줄래?" 평범한 말이었지만, 그의 눈빛은 간절했다. 그녀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결혼을 했다.
그러나 결혼 후, 그녀는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아침마다 그는 손을 떨며 커피를 마셨고, 젓가락을 쥔 손이 가늘게 흔들렸다. 가끔은 물잔을 놓치기도 했다. 처음엔 그냥 체질이려니 했다. 하지만 점점 이상해졌다. 그의 손떨림은 하루 종일 지속됐고, 짜증이 늘었다. 마주 앉아 밥을 먹다가도 숟가락을 떨어뜨렸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결혼 후 처음으로 그의 서랍을 열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술병들이 나왔다. 그것도 텅 빈 술병들. 그제야 모든 게 맞춰졌다. 그의 손떨림은 순수함 때문이 아니었다. 사랑스러웠던 그 모습은, 금단증상이었을 뿐이었다. 그날 밤, 그녀는 남편이 잠든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처음 만났던 날, 국수를 덜어주던 그 손길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 손이 여전히 떨리고 있다는 사실이 가슴을 후벼팠다. 그녀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그의 손을 잡았다. 아직 따뜻했다. 아직 늦지 않았다. 그녀는 그 손을 꼭 쥐고, 오래도록 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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